[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25] 북새(최광임 시인)

2023-08-10     경남일보

북새(최광임 시인)

 



야야, 큰비 올랑갑다

하늘이 저리 붉으면 좋들 못해



엄마, 세상은 이미 짓북새인 걸요



-최광임 시인의 ‘북새’



고향 집은 서향이었다. 마루에 걸터앉으면 변산 앞바다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덕분에 지는 해를 더 많이 보고 살았다. 하루도 같지 않은 석양을 보는 것은 내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여름이면 바다와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어 저무는 날이 있다. 어머니는 그때마다 날씨를 예견하고 밭일을 서두르고는 했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태풍이 왔다. 그때는 그게 세상의 큰일이었다.

태풍 북상으로 소란하던 지난 9일은 하늘이 오래도록 선홍빛이었다. 태풍 ‘카눈’은 통영, 대구, 청주, 서울, 평양, 신의주. 한반도를 관통했다. ‘좋들 못해’ 하던 엄마의 말이 무슨 징조처럼 되살아난다. 길거리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일어나고 도시마다 ‘살인 협박’ 메시지가 북새통을 이룬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졸속으로 진행돼 국가적 망신을 당했다. 세상이 짓북새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