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조령모개·조변석개 정부

정영효 논설위원

2023-08-27     경남일보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경)의 재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의경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25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 의경을 다시 부활한다는 건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쉽게 동의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면 폐지된 제도의 재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틀만에 사실상 의경 제도의 부활을 백지화한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행정에 국민적 실망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선 현장에서 치안활동 인력의 부족으로 강력 사건과 ‘살인예고’ 등이 잇따르는 등 치안 부재가 이어지자 치안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했고, 절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다고 섣부른 정책을 성급하게 내놓아 국민적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치는 ‘조령모개(朝令暮改) 정부’라는 비아냥에, 한번 세운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일관성이 없이 자주 고치는 ‘조변석개(朝變夕改) 정부’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