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논란

정영효 논설위원

2023-08-28     경남일보
현재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 철거 논란으로 세간이 시끌하다. 일각에서는 친일 경력이 있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기 위해 항일무장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다. 파문이 확산되자 육사에서는 흉상 철거 논의를 일단 보류했다고 한다.

▶국가보훈부가 “철거가 아닌 이전”이라고 해명한데 이어 육사측에서도 “교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거나 외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건 사실”이라고 밝혀 사실상 5인의 독립영웅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생도들이 학습하는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독립군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육사의 언급은 철거 의도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독립전쟁 영웅들을 쫓아내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5인의 기념사업회의 주장 처럼 흉상 철거가 국군의 기원인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고, 친일 경력 인물의 동상을 세우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면 당장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희생한 영웅들은 때와 장소와 무관하게 존경과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후손들도 이들을 예우하는 게 당연하다. 이번 5인의 흉상 철거는 그 의도가 어찌됐던 독립전쟁 영웅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보류가 아닌 철거 중단이 마땅하다. 목숨까지 걸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장 활동한 독립전쟁 영웅들을 대하기가 너무 부끄럽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