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아파트

한중기 논설위원

2023-08-30     경남일보
1982년 윤수일이 부른 ‘아파트’는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아파트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방송사서 퇴짜 맞고 도내 음악다방에서 먼저 유행하다가 뒤늦게 히트 친 노래로 유명하다. 아파트가 고도성장의 상징물이 된 오늘날까지도 국민가요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쓸쓸히 흐르는 ‘아파트’는 다양한 감정선을 자극한다.

▶악의 평범성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영화를 보다보면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바탕으로 공존과 공멸 사이에 놓인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려내며 강압적 공감을 요구한다.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도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감각을 주입시키려는 영화의 마력에 결국 두 손 들고 만다.

▶아파트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주거공간만이 아니다. 입지나 브랜드 평수는 부의 척도이자 사회경제적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삶의 목적이고 꿈이다. 더 좋은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론 온갖 부정과 이권 카르텔, 사기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의 축소판 그 자체다.

▶레버리지를 잘만 이용하면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욕망의 대상이었기에 아파트 광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순살 아파트’와 전세 사기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국민 70% 이상이 유토피아로 알고 사는 아파트. 자칫 우리만의 집단이기주의, 아파티즘(aptism)으로 ‘콘크리트 디스토피아’에 빠질까 걱정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