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28] 안전한 사회 (손설강 시인)

2023-08-31     경남일보


조손(祖孫)이 무장 해제하고

짜릿한 스릴을 즐긴다


그동안 쌓아온 믿음 때문이었다


-손설강 시인의 ‘안전한 사회’


손자는 무서워할 법도 하지만, 할아버지의 손을 잡지 않고도 공중에서 자유롭다. 할아버지도 어린 손자를 챙기지 않고 즐긴다. 시인은 그 상황을 서로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내 곁에 있으니 무섭지 않아, 손자는 내가 알려준 대로 안전 수칙을 지킬 거야, 라고 하는 서로의 돈독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단다. 가족의 안전이 확장할 때 안전한 사회가 되고 사회가 안전할 때 가정의 안전은 보장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안전한가. 울리히 백은 현대사회를 일상화된 위험 요소를 내포한 위험사회라고 말한다. 원인은 전문가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을 지키지 못해서 위험이 발생하며, 전문가집단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의해 사회는 위험에 빠지고 전문가집단이 설정한 기준 이상의 천재지변이 발생해 사회가 위험해진다. 지난 장마철 산사태와 청주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그렇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위험은 국민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시인이 그려낸 안전한 사회가 한없이 그리운 이유이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