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29] 자소서 (전현주 부산디카시인협회)

2023-09-07     경남일보


디카시를 씁니다


사진에 담은 우주를 유영하며

詩詩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일지 모를

퍼즐조각 같은 나를 엮어갑니다


-전현주 부산디카시인협회의 ‘자소서’


그렇다. 디카시를 쓰는 일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과 같다. 내게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디카시를 쓰게 되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게 되고 나는 그것들을 찍고 기록하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디카시를 쓰기 전에는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디카시를 쓰게 된 후로는 그것들도 필연적인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디카시를 쓰기 위해 그것들과 수시로 만나게 되면서 세상은 꼭 있어야 할 존재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니. 그렇지 않고서야 가령 거미줄에 걸린 누런 나뭇잎에 골몰할 이유가 있겠는가. 내가 우주의 한쪽을 복사하고 기록하는 과정에 생기는 교감이 ‘퍼즐조각 같은 나를 엮어’나갈 힘을 갖게 한다. 그러니 디카시를 쓰지 않을 때와 쓰게 된 후의 ‘나’는 다르다. 사물을 보는 눈이 변하게 되고 관점이 변하게 되니 사유가 깊어지고 언어 운용 능력이 달라진다. 그만큼 나를 잘 그릴 수 있게 된다. 멋진 자소서는 그렇게 써진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