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클릭

정재모 논설위원

2023-09-14     경남일보
컴퓨터 화면 원하는 곳에 마우스커서를 갖다댄 뒤 실행 보턴을 누르는 게 ‘클릭(click)’이다. 컴퓨터가 보편화하기 전에는 이 낱말을 군대에서 처음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병사가 개인 총기를 지급받아 필수적으로 실시하게 되는 영점조절 사격 때 클릭이란 낯선 용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영점조절은 총기 주인에게 맞도록 눈과 가늠자· 가늠쇠를 일직선 상에 정렬시키는 일이다. 목표 점과 탄착점이 어긋날 때 가늠자를 상하좌우로 옮겨 보정해야 한다. 이것이 영점 조절이며 가늠자를 이동시키는 게 곧 클릭이다. 이걸 잘못해 두면 백 발을 쏜다해도 제멋대로 날아가는 헛방이다. 클릭은 가늠자 이동 때 나는 소리 ‘딸깍’의 의성어다.

▶클릭이란 낱말이 작금 뉴스 용어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과 관련하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서 경기지사 때 서명한 대북 사업 스마트팜에 대해 “결재가 올라왔기에 클릭만 했을 뿐”이라고 했단다. 내막을 모른다는 취지였을 게다. 변호인은 ‘운전면허증에 직인 찍혔다고 경찰청장이 그를 아느냐’는 생뚱맞은 비유로 께꼈다.

▶사안을 자세히 모르고 한 클릭이건 면허증 직인처럼 기계적으로 눌렀건 클릭은 무거운 것이다. 1클릭의 편차에도 총은 제 기능을 못한다. 클릭 조절 잘못으로 적의 총탄을 먼저 맞을 수도 있다. 컴퓨터 클릭 한번에 보이스피싱에 낚여 큰 낭패를 보는 세상이다. 무심한 관행적 클릭이든 속아서 누른 클릭이든 책임은 본인 것일 터!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