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33] 너무 늦은 꿈 (손수남 시인)

2023-10-05     경남일보


나무가 되거라

산이 되거라


바다에 다 온 강물이 되어, 나는

콩돌이라도 쏘아 올리는

총이고 싶었던 것을


-손수남 시인의 '너무 늦은 꿈'


내게 꿈이 있다는 것은 내가 어떤 영웅을 알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사람은 꿈을 꿀 때 위대해진다. 꿈의 위대함이란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풍경을 보고도 어반스케치하는 사람의 필력에 따라 제각각 그림이 다르듯, 꿈은 그 사람의 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전부 나무가 되고 산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그러므로 꿈이란 ‘나만의 것’일 때 위대하다.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당신의 생각이 위대한 사상을 먹고 자라게 하라. 영웅을 믿을 때 영웅이 탄생한다’라는 말은 내가 어떤 영웅을 아느냐에 따라 나의 꿈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겠다.

어찌, 나무 새총을 만나서 꿈꾸게 되었다고 하여 ‘너무 늦은 꿈’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무를 영웅으로 할 사람, 산이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혹여 내가 ‘너무 늦’지 않게 나무 영웅을 만났다 할지라도 그때는 내가 나무 되는 꿈을 꾸지 않을 때였을 수도 있다. 나무나 산은 도처에 흔하지만, 나무 새총은 옛것이 되어 더 진귀해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