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이○○ 선생님께!

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2023-10-09     경남일보


“처음 발령 받을 때는 너무 걱정이 많았는데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그리고 선배님들께서 많이 도와 주셔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토요일이었던가요? 우리는 ‘거창마실 다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났지요. 토요일인데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참가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답니다. 그 자리에서 이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교사가 된 지 이제 한 학기 남짓, 이 선생님뿐만 아니라 그날 함께 만난 다른 신규 선생님들도 대부분 ‘잘 지낸다’고 했지요.

잘 지낸다는 그 말을 듣고 안도감보다는 안쓰러움을 느꼈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이 선생님께서 학교 현장에서 마주쳤을 수많은 현실들, 어떻게 ‘잘 지낸다’는 한 마디에 다 담길 수 있었을까요?

존경하는 이○○ 선생님,

참 많이 달랐겠지요. 교사가 돼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처음 들어섰던 그 교문, 아이들 앞에 처음 섰을 때의 그 떨림…, 아마 이 선생님께서도 다짐하셨겠지요. 좋은 선생님이 돼야지. 훌륭한 교사가 돼야지!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달랐겠지요.

더구나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부당하게 교권 침해를 당한 선생님들의 비극이 우리 모두를 몹시 힘들게 했지요. 이 선생님께서도 선배 동료교사들과 함께 아스팔트에 앉으셨다지요.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선배들의 잘못입니다. 단 한 사람의 교사도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게 세심히 보살폈더라면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겠지요. 이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선배들이 여러분을 지키고 경남교육시스템이 여러분을 보호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 선생님!

이제 선생님께서는 아무런 걱정 말고 온 정성과 역량을 우리 아이들에게 쏟아주시면 됩니다. 단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세요. 거창의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당당한 글로벌인재로 자라도록 도와주세요. 우리 지원청과 지역이 선생님을 도울 것입니다. 지역과 함께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활짝 꽃 피도록 도울 것입니다. 저와 지원청 직원들은 더 가까이 선생님께 다가설 것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설레면 좋겠습니다. ‘어서 학교 가서 선생님 만나야지’ 하는 기대로 넘치는 아이들, 얼마나 행복할까요?

이 선생님 지갑 속에는 지난 3월 제가 슬쩍 건네 드린 명함이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이○○ 선생님의 길고도 아름다울 교사의 길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