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갈수록 부각되는 농업·농촌의 중요성

박용현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2023-10-22     경남일보

 

지금처럼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없던 그때는 여름방학 때면 친구들과 곤충채집을 하기 위해 잠자리 채와 채집 통을 가지고 산과 들판, 계곡을 원 없이 다녔다. 혹여 잡은 매미, 잠자리, 메뚜기, 풍뎅이의 날개라도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말리고 핀으로 고정시켜 방학숙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래 전 농촌에서 느낀 평화롭고 따스했던 그 정취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는 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농촌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 휴식처 등으로 대변되는 공익적 가치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 세계를 뒤덮고 이상 기후현상과 갈수록 짧아지는 팬데믹의 주기 등으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더욱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를 통해 도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59.4%가 농업·농촌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가지는 가치와 관련해 ‘가치가 많다’고 답했다.

도시민들의 조세 부담 의사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유지·보전을 위해 추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시민의 60.1%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한국4-H본부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중 7명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공감하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중에선 식량안보에 5점 만점에 4.43점을 주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농업·농촌이 결국은 국가 식량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환경 생태계를 지키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업농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국민 먹거리 생산이겠지만, 그 역할이 생산 중심에서 치유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제 농업·농촌을 식량안보의 측면에서만 생각할 때가 아니라, 현대인의 생존과 직결된 삶의 질을 높이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접근해야 할 때다. 농업·농촌에 적극적인 투자로 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로서의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증대되어야 한다.

“농업·농촌의 발전 없이는 어떤 국가도 결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말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