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 ‘남인수 가요제’ 지역 갈등 재점화

기념사업회, 내달 초 진주 하대 야외 무대 사용 신청 민족문제硏 “친일파 숭모 행사”…시 “내용 검토 예정”

2023-10-24     백지영

친일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가수 남인수를 조명하는 가요제를 개최하려는 시도가 진주지역에서 계속되면서 지역 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진주시에 따르면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오는 11월 4일 진주시 하대동 강변 야외무대를 사용하겠다며 진주시에 시설 사용 신고서를 제출했다.

㈔남인수기념사업회 측은 이날 하대동 강변 야외무대에서 ‘제1회 남인수 가요제’를 열겠다며 웹자보 등을 제작하고 홍보에 나섰다. 하대동 강변 야외무대는 진주시의 허가가 떨어지면 무료로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장소다.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지난해 남인수 팬클럽 등이 결성한 사단법인이다. 진주 남강가요무대에서 지난 6월 남인수 추모 공연과 지난 7월 남인수 가요제 개최를 시도했지만, 민족문제연구소 경남 진주지회가 사용 승인 주체인 진주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용 승인이 취소된 바 있다.

사업회 측은 진주시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문산읍 ㈔남인수기념사업회 옆 부지에 특설 무대를 마련해 각종 행사를 이어갔다. 6월 친일 논란 반박 강연에 이어 7월 ‘제1회 남인수가요제 예심’, 9월 ‘제1회 남인수가요제 준결선’을 치렀다.

행사명에 남인수 이름을 내걸지 않은 채 진주시 운영 야외무대에서 행사도 나섰다. 지난 8월 12일 진주 칠암동 남강야외무대에서 ㈔남인수기념사업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8·15 전통가요 작은 음악회’가 그것으로, 당시 진주시에 남인수 관련 내용은 기재하지 않은 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냈다.

사업회 측은 오는 11월 4일 다시 남인수 이름을 내건 가요제를 진주시 하대 야외무대에서 개최하겠다고 나서면서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만 야외무대 사용 신청 시 내야 하는 ‘행사 계획서’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아직 진주시로부터 사용 승인이나 불승인 결정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행사 웹자보를 통해 개최 시도를 알게 된 민족문제연구소 경남 진주지회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시금 문제 제기에 나섰다.

지회 측은 지속적인 친일파 숭모 행사 시도에 대한 진주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사용 허가가 되지 않은 공공시설물 사용에 대한 경고와 법적 조치를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지회 측은 “(남인수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문화예술인으로서 그는 노래를 통해 일본의 전쟁을 후원하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며 “진주시가 방관·방치·방조하는 행정을 한다면 그 책임은 응당 행정 기관에서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회 측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예선을 성황리에 치렀다. 전국에서 온 심사위원단과 평가단이 심사를 거쳐 본선 진출자 13명을 선정한 상태”라며 “진주시가 요구한 행사 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친일 논쟁으로 앞서 관련 조례에 따라 사용 승인을 취소한 바 있다”며 “계획서가 접수되면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내용이 비슷할 경우 이전과 동일한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