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OECD와 임제 스님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2023-10-25     경남일보
김종윤

 

2016년도는 놀라운 해였다. 그해 1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 7세 어린이의 65%가 기존의 일자리가 아닌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리라 전망했다. 그해 3월에는 더 큰 파장이 있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기사에 4승 1패로 이긴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인공지능이 공상과학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2016년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변한다.(작년말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해 또 한 번 세계가 급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 OECD에서는 미래를 살아갈 후속 세대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있었다. 학자들이 보기에 최근의 세상은 모호하고, 변동성이 높고, 복잡하며, 불확실하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지식이나 기술들을 하나하나 익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인간의 역량을 발굴하고 이를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각고의 논의 끝에 교육학자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노력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지닌 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지닌다. 이를 갖춘 학생들은 사회가 바뀌고 기술이 변화하더라도 자신의 잠재력과 역량을 발휘하면서 사회를 이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학생 주도성의 가치는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2022년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육의 주된 중점 사항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 신기하기도 하다. ‘미래의 역량의 가치’라는 ‘주도성의 의미’를 이미 천년 전에 언급한 분이 있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임제 스님은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 그러면 서 있는 곳이 참될 것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말을 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조건과 상황에 얽매이기보다는 그곳에서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참되고 의미 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천년의 간격을 두고 찾아낸 인간의 지혜와 통찰력이 비슷하다는 점에 놀랐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나는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