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층계참(유이우)

2023-10-29     경남일보

 

발자국을 숨 쉬는
계단이다

걸음이 떠나면

언제나 우리의
흐릿한 박자가 남아 있어

올라가면서
내려가면서

우리들은 자기 자신으로 날아가면서
창문을 한번 바라보았다

생각 속에 살다가 푸른 것을
생각 속에 살다가 푸르른 것을

발가락이 다 쏟아질 듯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실루엣을 벗어나는 것들과

날으는 새들까지도

간직할 수 없는 세상에서

 


계단의 방향이 바뀌고 새로운 시작점의 비교적 넓은 공간의 계단참.

오르며 내리며 숨을 고르며 쉬는 곳.

왔던 길을 돌이켜 보고 다시 각오를 다잡는, 노동의 관절을 점검하는 곳이다.

창문에서 내다보는 중간쯤의 세상에서 푸른 생각을, 생각이 푸르른 것들을 돌이켜 보는 곳이다.

정하지 못한 목적지는 아직 아득하고 그래도 올라가야만 하는 생의 쉼표에서 기어코 견디는 나를 관찰하는 곳이다.

나는 새들까지도 간직할 수 없는 세상에서, 후들후들 떨리는 높이의 현실을, 그리고 무거운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포기를 계산해 보는 곳이기도 하다.

세상의 매듭을 쪼이고 푸는 시간이기도 하다.

회한과 감동이 함께 하는 곳이기도 하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