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일부 업종·직종 유연화 추진

세부내용 노사정 대화로 결정 방침

2023-11-13     이홍구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는 유연화 업종과 직종 등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은 넘지 않도록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8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의 결과와 이를 반영한 제도 개편 방향을 13일 발표했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전폭 수용해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연장근로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나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자 재검토에 들어갔다. 8개월여 만에 다시 발표된 이번 정책 방향은 3월의 ‘전체 유연화’에서 ‘일부 업종·직종 유연화’로 조정된 것이다.

노동부의 이번 조사에서는 근로자와 일반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 단위’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 단위’ 등으로 확대해 바쁠 때 더 많이 일하고 덜 바쁠 때 쉴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개편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응답이 더 많았다.

연장근로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종으로는 제조업(근로자 55.3%, 사업주 56.4%)이 가장 많이 꼽혔고, 그다음이 건설업(근로자 28.7%, 사업주 25.7%)이었다.

근로자 75.3%, 사업주 74.7%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주 60시간 이내’로 답했다.

노동부는 설문 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 방안은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 간 최소 휴식 도입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이도록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을 토대로 노동자 건강권이 어떤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노동 현장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은 “설문 결과에 대한 개선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은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시간 개악 추진을 그만하라”며 노사정 대화 참여에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