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인의 정체성을 나누는 김장 문화

장영재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2023-11-20     경남일보
어느덧 초겨울 날씨가 되었다. 겨울 동안 먹을 다량의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준비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김장은 보통 일 평균기온이 4도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소설(小雪)인 11월 22~23일 전후를 적기로 본다.

김장은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의 주요한 비타민 공급원이자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서로의 일을 도왔던 마을의 연중행사였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김장 시기는 점차 늦어지는 추세이며 식단의 다양화, 외식의 보편화로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2021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김치의 1인 1일 섭취량은 2010년 109.9g에서 2020년 88.3g으로 감소했고 상품 김치를 구매하는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0년 31.3%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서 김치를 담그는 것은 가족 협력 및 결속을 강화하는 공동작업으로서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김장의 지식과 기술은 세대를 통해 전승되어 온 가족의 유산이었고 가장 적합한 재료와 방법으로 창조성과 독창성을 지켜온 한국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11월 22일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김치의 날 기념일이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오는 2023년 12월 6일 본회의에서 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11월 22일을 미연방 김치의 날 기념일로 공식 지정하도록 결의한다고 한다.

K-푸드의 중심인 김치의 속에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이웃과의 정을 나누며 유대감을 끈끈히 해왔던 한국인의 고유한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근의 김장 문화가 절임 배추를 구매하여 가정에서 간단하게 양념을 버무리는 형태와 상품 김치의 구입 형태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바라보면서, K-컬쳐의 진화와 더불어 확산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의 우수성과 우리의 자랑스러운‘김장 문화’가 가장 한국인다움을 지켜온 문화유산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