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40] 나이가 벼슬 (이계주)

2023-11-23     경남일보

댁은 올해 몇이우

호적이 잘 못 돼서 나이가 깎였당게

―이계주 디카시마니아, ‘나이가 벼슬’


지난 10월 창원국제디카시컨퍼런스를 개최할 때였다. 우아한 여자 셋이 만나 통성명하는가 싶더니 10분도 안 되어 언니, 동생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지켜보았다. 요는 이랬다.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과 교포인 LA지부장, 런던지부장이 처음 만나 통성명하게 되었다. 피부가 곱다, 동생 같아 보인다는 칭찬 사례가 오갔다. 처음엔 띠로 서로의 나이를 구분하려는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돼지띠라는 걸 알게 되자 누군가 생일을 물었다. 친절하고 친근감 좋은 사무총장이 먼저 “저는 몇 월 생이에요”라고 답을 하자, 두 사람의 태어난 달도 밝혀졌다. 그 시간부터 막내가 된 사무총장이 2박 3일 동안 생일이 빠른 두 분 언니를 깍듯이 챙겼다. 그분들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순간까지 사무총장의 호의를 고마워했다.

더러는 나이가 벼슬이라고 여기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많은 나이를 드러내는 것이 부정적인 일에서 시작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위의 이야기처럼, 저 고운 할미꽃들의 수다처럼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