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이 시대의 小人은 누구인가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학부모교육 강사

2023-12-19     경남일보


동서고금을 통해 칭찬과 아부를 좋아한 지도자는 모두 실패했고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사마천은 지고자경(知古自鏡)이라 ‘과거를 자신의 거울로 삼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다. 과거는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반성의 기회를 얻어 지혜를 걸러내는 거름종이로 써야 한다. 매사에 칭찬만 듣고 싶으면 바른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내면 된다. 그러면 바른말 하는 사람은 하나둘 떠나가고,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아첨꾼들만 모여 든다.

논어 양화 편에 ‘자주색이 붉은색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고 정나라의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라고 나와 있다.

어느 틈엔가 우리 사회는 미디어의 발달로 자주색이 붉은색의 자리를 차지하고 가짜가 진짜를 내몰았다. 천안함 조작설로 열여섯 살 어린 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그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떴다. 그런데도 아들은 조국의 아들로 자라 군인이 되겠단다. 과연 이 나라가 이런 영웅들의 죽음과 바꿀 가치가 있는가.

‘진실과 허위가 뒤바뀌고 보옥과 돌멩이가 뒤섞인다, 이 때문에 슬퍼한다’는 포박자의 말이 떠오른다. 건륭제는 “자식을 잘못 알면 패가망신으로 끝나지만, 임금이 신하를 잘못 쓰면 그 해악이 나라를 망친다”며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지인안민(知人安民)’을 강조했다.

물경소사(勿輕小事)라 관윤자는 ‘작은 일을 가볍게 보지 말라. 작은 틈이 배를 가라앉히고 작은 벌레가 독을 품고 있다. 소인을 그저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소인이 나라를 해친다’며 소인을 경계했다.

지금 이 시대의 소인은 누구인가? 지지 정당이 다르면 식사도 안하고 MZ세대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결혼도 하기 싫단다. 앵무새처럼 권력의 주구가 되어 이념과 거짓으로 국민들을 갈라놓아 검은 배 속을 채우는 이는 누구인가?

가랑비 내리는 강남에 날이 저물고 망경산 절벽에는 파란 이끼가 끼인다. 차가운 물에는 세월에 아랑곳없이 철새들의 장난이 한창이다. 늘 방황만 하다가 습정(習靜)의 길에 전념하지 못하고 갈림길에 서니 늦은 근심이 든다. 주름진 손으로 이마의 주름을 만지다 보니 거울 속 낯선 얼굴 하나가 아는체 한다. 오늘도 근심 없는 강물은 애일(愛日)의 따스함을 안고 유유히 세월을 태우고 흐른다. 망치 들었다고 모든 게 못으로 보여서 되겠는가! 골프와 정치는 고개를 들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