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달라진 송년 모임 풍경

이수기 논설위원

2023-12-26     경남일보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연말이다. 그야말로 뜻깊은 시간이지만 잘못된 그간 송년 문화는 그 의미를 망각케 하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를 지나온 올해 송년회 풍경은 MZ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취향이 반영돼 달라지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빠듯한 지갑 사정으로 연말 모임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술 대신 운동, 게임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2, 3차 유흥주점 가는 사례가 줄고 있다.

▶힘들고, 슬프고, 괴로운 일들을 모두 잊자는 뜻에서 망년회 때면 건배사를 외치며 ‘부어라 마셔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과한 음주로 교통사고 등 볼썽사나운 일이 다반사였다. 먹고 마시는 데 치중한 송년 문화가 올해는 간소화로 건전해졌다. 으레 따라다닌 ‘폭탄주 강권 문화’도 사라지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연말에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망년회라 부르며 원래의 의미와 상관없이 ‘술을 마시고 망하는 연말 모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올해는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연말을 차분히 뜻있게 보내자고 하는 인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통계는 주류 소비량은 성인 1인당 맥주 82.8병, 소주 52.9병으로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있다. 광란의 음주로 지새워야 직성이 풀리는 비뚤어진 술독에 빠졌던 연말연시 풍경이 달라져 다행이나 경찰은 아직도 음주 신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수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