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개천 소룡

정영효 논설위원

2024-01-01     경남일보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용의 해다. 그것도 푸른용(청룡)의 해다. 청룡은 왕이나 황제로, 바람과 비를 다스리는 강력한 힘을 가진 신(神)으로 상징된다. 크게 출세한 인물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젊은 용, 소룡들이 꿈과 희망을 잃은 채 절망과 자괴감 속에 빠져 있다. 특히 ‘개천 소룡’들이 더 심하다. 이들은 오래 전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고(삼포세대), 여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도 포기했다(오포세대). 게다가 지금은 ‘용’이 될 수 있다는 희망마저도 포기했다. 지금의 ‘개천 소룡’들은 모든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다포세대인 것이다.

▶그래도 1980년 이전만 해도 ‘개천 소룡’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개천 보다 더 작은 세숫대야에 물만 있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용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1980년 이후부터는 ‘개천 소룡’은 용이 될 수 없었다. 특권을 가진 소수의 기득권 용들이 불법·불공정으로 대한민국을 ‘헬조선(지옥과 같은 한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지금 ‘개천 소룡’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용’으로 승천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천 소룡’들은 개천에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만 살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갑진년이 우리의 소룡들이 어디에 살아도 바라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