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45] You’re 독존(김정희 시인)

2024-01-04     경남일보
 



치열했을 당신의 시간들

이제는

천천히 걸어도 된다

-김정희 시인의 ‘You’re 독존’



김정희의 디카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삶의 문학이다. 김정희 삶의 반경 안으로 들어온 존재에 대하여 천착하고 관계에 숙고한다. 사유는 깊되 정서는 경쾌하고 언술에는 비장미와 아이러니가 가득하다.

이 세상엔 내 위에 존재 없고 내 아래 존재 없으므로 나보다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의미의 유아독존을 양손에 목발 짚고 사거리 8차선 건널목을 건너는 현존재와 도치한다. 내가 아닌 ‘당신You’re’만큼 세상에서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의미이다. 당신의 세상이므로 자동차들 눈치 볼 것 없이 천천히 걸어도 된다는 말이다. 울컥할 만큼 따뜻한 지지가 아닌가.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