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곶감

변옥윤 논설위원

2024-01-11     경남일보
달콤쫄깃한 맛에 취해 ‘주황색 보석’이라 일컫는 곶감은 호랑이도 무서워하지 않고 보채는 아이를 달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상대가 곶감이라는 말의 유래다. 떫어 먹을 수 없는 감을 말려 맛의 보석으로 만든 것이 곶감이다. 잎을 떨구고 노란 감이 주렁주렁 모습을 드러내면 본격적으로 곶감을 만들기 시작해 단맛을 끌어올린다.

▶경남의 산청 고종시와 함안 파수곶감은 예부터 궁궐에 진상하는 명품 곶감으로 유명하다. 고종 황제에 진상했다고 하여 고종시라 불리지만 본래는 떫어 먹지 못했던 천덕꾸러기 였다. ‘곶감꼬지에서 곶감 빼먹듯 한다’는 속담은 그 단맛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을 빗댄 비유다.

▶지금도 산청의 예담촌에는 수령 639년의 고종시 원종이 건재하다. 산청이 고종시 곶감의 원조임을 뒷받침하는 산 증거다. 긴 겨울밤 간식용으로, 수정과와 곶감말이 등 각종 고급스런 요리의 재료로, 선물용으로 각광을 받는 곶감은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숙취해소와 다이어트에도 좋아 인기를 끈다. 반쯤 말린 반건시와 건시를 가릴 것 없이 귀한 상품가치를 자랑한다.

▶지난 11일부터 산청에선 제17회 지리산 산청곶감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1300여 농가가 참여, 2700t의 곶감을 생산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고종시의 참맛을 즐기고 축제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덤이다. 하얀 눈을 이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지리산 설경을 누리며 새해를 설계하는 것도 행운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