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절기(節氣) 실종

정영효 논설위원

2024-01-18     경남일보
겨울에서 가장 추운 때가 소한(小寒·1월 6일)부터 대한(大寒·1월 20일)에 이르는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추위가 이상스럽다. 소한 이후 반짝 맹추위가 있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매서운 추위가 아니다. 대체로 영상권 날씨다. 심지어 도내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영상 15도를 웃돈 적도 있다. 겨울에 가장 추었던 시기의 날씨 치고는 온화한 날씨다.

▶올 겨울에는 지금까지 동지(冬至·12월 22일) 때가 가장 추웠다. 아침과 낮 기온 모두 영하권 날씨를 기록했었다. 소한~대한 즈음의 아침과 낮 기온 보다 5~10도 이상이나 더 낮은 적도 있다. 소한~대한 시기 보다는 따뜻해야 할 동지 즈음이 가장 추웠던 것이다. 이런 탓에 절기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절기 실종 현상 마저 가져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도 반짝 추위는 있겠지만 동지 때와 같은 큰 추위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올 겨울의 큰 추위는 사실상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맹추위가 끝났다고 하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안도감이 든다.

▶하나 불안감도 동시에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절기의 실종 현상이 지구온난화 탓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머지않아 나타날 자연 상황이 너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절기 실종으로 빚어지게 될 생태계 변화는 물론 전염병의 창궐, 더 잦아지는 자연 재해 등등. 향후에 찾아올 자연적 재앙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