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스트라이커

변옥윤 논설위원

2024-02-01     경남일보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어야 숨을 쉬고 살 수 있다”.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감독이 카타르 아시안축구 16강전에서 힘겹게 사우디아라비아를 꺾는데 수훈을 세운 조규성의 극적인 골을 두고 한 말이다. 조규성은 예선 3경기에 선발로 투입됐으나 기회를 살리지 못해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날 후반 19분 교체 투입돼 게임 종료 1분을 남겨두고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가까스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아 스트라이커의 책무를 다했다.

▶이후의 수훈갑은 조현우 골기퍼였다. 백업선수였으나 주전 김승규의 부상으로 투입, 이날 승부차기에서 선방, 극적인 승리를 연출해 낸 수훈갑으로 최우수선수로 선발됐다. 조규성은 긴머리 스타일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탓한 비난을 감수하고 절치부심, 이뤄낸 성과였고 조현우는 백업선수의 설움을 극복해 클린스만호의 백조가 된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세계 랭킹 상위팀이 하위팀에 패하는 등 예상을 뒤엎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승을 다투는 두팀 모두 조 2위로 16강전에 오르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선 스트라이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이다. 이날의 스트라이커는 조규성이었고 수훈갑은 단연 조현우였다.

▶우리나라는 3일 호주와 준결승을 다투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제2, 제3의 조규성, 조현우의 탄생을 기대한다. 스트라이커라는 영예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