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초등교사의 길을 당차게 걸어나갈 20학번 졸업생들에게

정재요 진주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2024-02-21     경남일보
정재요

 

조금 더 넉넉한 지면을 허락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보고 있는 경남일보의 ‘경일춘추’ 란은 제한된 분량의 글밖에는 쓸 수 없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교생 선생님이나 예비 초등교사가 아닌, 진정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될 20학번 졸업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짧은 형식으로나마 전달해주려고 해. 비록 꼰대 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너희들은 ‘기간제 교사’의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거야. 임용시험에 불합격했거나, 시험에는 합격했더라도 임용대기 기간 동안 기간제 교사로 얼마든지 근무할 수 있다는 얘기지. 그런데 이러한 경험은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열악한 노동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실존적인 계기가 될지도 몰라.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르치게 될 너희들의 교육적 역량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분명, 기간제 교사의 경험은 많은 것들을 배우거나 깨닫게 해 줄 거야. 내가 시간강사 경험을 통해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교육대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의 교육현장이 많이 다르다는 것 또한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야.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대개 이상적인 교육모델에 입각해 있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너희들이 직접 마주치는 교육현장과는 일정한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그럼에도 학교에서 배워온 이상(理想)과 교실에서 마주한 현실(現實)의 차이를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그 교육적 간극을 메워나가기 위한 너희들의 당찬 노력을 추동하지 않을까 싶어. 나아가 이것은 우리 교육의 발전을 이끄는 원대한 힘이 될 것으로 믿어. 비슷한 맥락에서, 담당 학급에 늘 존재하기 마련인 이른바 ‘문제아’가 너희들을 힘들게 할지도 모르지. 그럴 때면 박노해 시인이 한 다음의 말을 잘 기억해 두길 바래. “문제아는 문제의식이 많은 아이. 세상을 달리 보는 아이. 문제아가 문제의 세상을 바꾼다. 힘내라 문제아!” 이는 관점의 전환이 지혜로운 가르침, 원활한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은데, 이제 너희들도 우리 사회의 지성인이자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해.

그 밖에도 해주고 싶은 말들이 무척이나 많지만, 지면의 한계 때문에 이쯤에서 글을 맺어야 할 것 같아. 무엇보다 무사히 졸업해줘서 너무 고마워. 짧게나마 이렇게 교수의 꼰대 소리를 듣느라 고생 많았고, 다음번에는 너희들의 후배인 24학번 새내기들을 위한 글을 이 지면에 남겨볼까 생각 중이야. 그럼 항상 건강하고, 초등교사의 길을 당차게 걸어나갈 20학번 졸업생들 모두가 파이팅하길 기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