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 뜻대로" 남수단 제자 2명 전문의 합격

토마스 아콧-외과, 존 루벤-내과 나눠 고국 의료 위해 수련 계속

2024-02-25     박준언
고(故)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두 제자가 한국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인제대는 지난 19일 발표한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중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이 포함됐다고 25일 밝혔다.

이태석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된 토마스와 존은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들이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태석 신부는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토마스와 존은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과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공부에 매진해 2012년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두 사람은 인제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으며 공부한 결과 토마스는 83회, 존은 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치고 토마스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존은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을 받아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두 제자가 외과와 내과를 선택한 이유도 모두 남수단에서의 의료활동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남수단은 수년간의 내전을 겪은 후 많은 사람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외과를 선택한 토마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내과를 선택한 존은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며 “그중에는 말라리아, 결핵, 간염, 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들이 대부분이라 내과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두 제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며 “또한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사제의 길을 선택한 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의료, 선교 활동을 벌이다 2010년 대장암으로 48세 나이로 선종했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