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국회의원 되는 첩경

정재모 논설위원

2024-03-04     경남일보
아나운서 출신 한 30대 ‘무명’ 여성이 서울에서 이번 총선 민주당 후보로 깜짝 공천되었다. 지역 투표 성향상 당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지역이어서 세상은 그 의외성에 놀랐다. 대체 누구인가. 만인을 의아스럽게 만든 그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일한 뒤 당 부대변인이 된 정치 신인이다.

▶그가 이재명을 좋아한 가십 한 편이 세간의 입질에서 쉬 지워지지 않는다. 한 연예 프로에서 이상형 남성을 묻자 조국 문재인 차은우(인기 배우겸 가수)를 차례로 제치고 일관되게 이재명을 꼽은 것. 이에 ‘심한 아부’란 조소를 샀다. 기사 댓글 중에 ‘여성 국회의원의 첩경은 아나운서’란 격언(?)이 눈길을 끈다. 그러고 보니 여야에 아나 출신 의원들이 다소 있거나 있었다.

▶지름길을 뜻하는 ‘첩경(捷徑)’은 출세의 지름길을 비유하는 성어 종남첩경이 뿌리다. 중국 종남산(終南山)은 관직이 싫은 선비들의 은신처였다. 나라가 종종 여기서 인재를 구하자 약빠른 노장용(盧藏用)이 이 산의 은자로 행세하여 벼슬을 얻은 데서 생긴 말이다. 보통 좋은 뜻에나 부정적 경우나 다 쓰지만 첩경은 본디 조롱이 내포된 부정적 말이어서 듣는 이가 언짢을 말이었다.

▶특정 직업군 출신 후보라 해서 부정적일 순 없다. 젊고 낯선 여성의 공천을 두고 지난날의 영상까지 들추어 가십거리로 삼는 건 아나운서 출신이라서가 아닐 터. 과연 경쟁 심한 저 자리에다 꽂기에 적격인가 하는 보편적 의심에서 얘깃거리가 되는 거다. 정치건 뭐건 세상일은 보통 사람 생각과 눈높이에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