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서민의 경칩은 아직…

정영효 논설위원

2024-03-06     경남일보
그제(3월 5일)는 초목에는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동물들은 기지개를 켜며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었다. 24절기 중 3번째 절기였다. 경칩이 지나자 진주 등 경남 남부지역에는 매화는 벌써부터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린다. 산수유, 개나리 등 일찍 피는 봄꽃들도 싹을 틔우고, 꽃망울이 맺혀 있다. 계절은 봄이 이미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특히 서민에게만은 경칩이 오지 않은 것 같다. ‘경칩거불사경칩(驚蟄去不似驚蟄)’이다. 경칩이 지나갔는데도 유독 서민에게만은 경칩에 오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서민들의 처지는 여전히 춥고, 암울하고, 절망 속이다.

▶봄 기운은 하루가 다르게 퍼지건만 서민의 한켠은 여전히 춥다. 서민의 삶에는 온기가 없다. 직장인 월급은 그대로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소득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런데도 장바구니 물가는 갈수록 치솟고, 높은 금리는 내릴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다. 장보기가 무섭다. 이자와 원금 갚기에도 벅차다. 너무나 힘든 삶이다. 암울한 오늘이 무섭고, 희망이 없는 내일이 두렵다.

▶서민은 몸과 마음이 여전히 움츠려지는 한겨울 같은 삶이다. 이제나저제나 서민의 삶에도 경칩의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기를 기다리고 있건만 끝내 오지않을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이번 경칩도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희망의 절기가 될 것 같지 않다. 언제쯤이면 서민들이 경칩의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까?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