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둔덕기성 기존 성곽 3배 길이 토성 추가 확인

새롭게 파악된 성벽 전체 둘레 약 1.4㎞ 향후 지표·발굴조사로 축성시기 등 규명

2024-03-11     배창일
국가 사적 거제 둔덕기성에서 기존 성곽의 3배 길이에 달하는 토성이 추가 확인됐다. 둔덕기성에 토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일부 성곽 연구자뿐만 아니라 둔덕면민들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사안이다.

11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영남성곽연구소와 거제역사문화연구소는 현장조사를 통해 국가 사적 둔덕기성이 기존 석축으로 만들어진 성곽부분만이 아닌 토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이에 시는 지난 8일 다시 한 번 현장 확인을 통해 토성의 흔적과 범위를 확인했다.

지난 2월 14일 거제시 100년추진단에서 진행한 100년거제디자인 비전 수립 세미나 제1발표자로 나선 나동욱 영남성곽연구소장은 1960년대 항공사진을 통해 둔덕기성에 토성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다시 한 번 제기했었다.

이에 현재 시민숙의단에 소속돼 있는 김의부 거제역사문화연구소장 등 거제역사문화연구소 회원들은 사전답사를 통해 토성의 존재를, 성곽 전문가인 나 소장은 현장조사로 정확한 토성 흔적과 범위를 확인했다.

토성구간은 둔덕기성 남쪽에서 석축성곽에 인접해 시작하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구간에 임도가 개설되면서 흔적이 확인되지 않는 구간이 있지만, 너비 10m, 최대 높이 5m, 평균 높이 약 2.5~3m로 양호하게 잔존하고 있다.

또 토성의 내벽을 따라 배수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너비 약 3m의 구가와 너비 5m 정도의 추정 남문지도 확인됐다.

너비 5~6m의 석성구간도 파악됐다. 외벽은 대부분 무너지고 일부 구간에서는 거제 둔덕기성의 고려시대 수축구간과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너비 5m 정도의 추정 북문지도 발견됐다.

나 소장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새로 확인된 성벽은 전체 둘레 약 1.4㎞(토성 약 450m, 토석혼축 포함 석축성 길이 약 950m)로 확인돼 현재 지정된 거제 둔덕기성의 길이인 526m보다 약 3배 정도 긴 것으로 밝혀졌다.

나 소장은 “초축된 삼국시대 성은 내성, 1차 확장된 고려시대 성은 중성, 이번에 확인된 구간을 외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축 목적에 대해 나 소장은 “고려 성종 14년(995) 기존 거제현의 치소였던 둔덕기성을 확장해 왜구의 침입을 대비하고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확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고려 의종 24년(1170) 무신의 난으로 의종이 거제도에 유폐된 사실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고려 원종 12년(1271)과 13년(1272) 삼별초의 거제도 공격과 관련한 대피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조선 세종 1년(1419) 이종무의 대마도정벌 시 정벌군 집결처인 거제도 내 주둔처의 목적으로 축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향후 정밀 지표조사와 시굴 또는 발굴조사를 통해 시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다”며 “국·도비 지원이나 별도의 예산을 마련한 뒤 현황조사를 실시해 성곽의 정확한 축조수법과 축성시기, 성격 등을 규명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문화재 구역 확대와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배창일기자 bci74@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