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보석눈물

정두경 갤러리 DOO 대표

2024-03-17     경남일보


갤러리 문을 연 지 올해로 15년째, 1년에 20회 이상 쉬지 않고 전시를 기획했으니 지금까지 연 전시 횟수만 해도 300회는 족히 넘는다. 그 동안 전시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관람객들을 만날 때가 종종 있었다. 어떤 기억과 감정이 그들의 누선을 건드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작품 앞에서 흘린 눈물은 참 소중하고도 아름답다. 오래 전 전시의 어떤 그림 앞에서 주르룩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붙박인 듯 서 있었던 여인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그림이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눈물은 고통, 슬픔, 기쁨, 감동, 분노 등의 감정 분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정신적인 정화작용이다. 눈물 하면 팝아트 화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작품이 떠오른다. 오펜바흐 사후 108년 만에 발견된 악보를 요절한 천재 첼리스트 쟈클린 뒤플레에게 헌정한 오펜바흐의 ‘쟈클린의 눈물’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음악과 미술작품과 문학에서 눈물을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 생의 항로에서 눈물이란 우리와 함께하는 가장 진솔하고도 보석 같은 감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눈물의 시간은 있다.

이번 2인 기획전(문선미·이기숙 작가)에 걸린 ‘보석 눈물’은 문선미 작가의 작품 시리즈 중 하나이다. 작가는 가난하고도 고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병행해나갔던 밤샘 작업은 고통과 희열이 반복되는 눈물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그림 속 인물도 눈물을 흘렸고 눈물은 어느새 보석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에겐 꿈을 이루는 희망과 용기, 인내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건네면서….

문 작가는 ‘이후 그림에서 등장하는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결혼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감과 억압이 담겨있다. 분명 출산과 양육은 여성성을 가장 크게 느낄만한 신비한 경험이고 인류애적 가치는 논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애에 대한 여성의 부담감은 아름다우면서도 무겁게 걸쳐져 있는 부담스러운 진주 목걸이이리라’라고 얘기하고 있다.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 순간 이미 보석이라고 표현한 문선미 작가의 작품 ‘보석 눈물’을 보면서 우리들이 흘린 눈물들이 모여 보석으로 탄생되는 그런 시간들을 향해 우리 삶은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햇살 좋은 봄날의 휴일 아침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나에게 말을 건네는 작품을 만나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