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소금(윤성학)

2024-03-17     경남일보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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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달구어진 등짝에 소금 꽃이 피웠다.
땀에 젖은 속옷도 소금에 저렇고 눈물마저 짠 것은
필경 내 몸 안에도 염전이 있는 모양이다.
소금처럼 짠 한 달 치의 봉급을 위해 하루하루를 소금기에
젖어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도 염전이나 진배없다.
소금밭에 가본 적이 있다.
바닷물을 가두고 증발시켜 결정체를 거두는 일
하늘도 부옇고 바람도 소금에 젖어 끈끈한 그곳에
허연 소금 옷을 입고 버티는 인부들.
밀대로 알갱이를 모으고 물기를 빼며 햇살에 말리는 일 또한
소금만큼 힘든 일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사람살이가 소금밭에 뒹구는 일인가 보다.
태초에 빛과 소금이 있었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