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수면 경제학

한중기 논설위원

2024-04-10     경남일보
춘곤증의 계절이다. 봄이 되면 해 뜨는 시간에 빨라져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분비가 빨리 멈춘다. 대신 잠을 깨우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된다. 해서, 봄이면 뇌가 30~40분 정도 일찍 깨고, 적응기간 동안 춘곤증이 나타난다. ‘만화방창’ 계절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춘곤증에는 낮잠이 보약이다. 문제는 불면증을 춘곤증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각종 수면조사 결과를 보면 심각할 정도다. MZ세대 82%가 자정 이후 취침하는데 평균 취침시간이 새벽 1시54분이다. 수면부족과 낮은 수면의 질은 MZ세대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5025명에서 2022년 109만8819명으로 28.5% 급증했다

▶수면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꿀잠’을 위해 다양한 제품에 돈을 투자하는 소비현상이 뚜렷하다. 수면과 경제학을 합성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코고는 소리를 인식하는 AI베개부터 안면홍조를 모니터링해서 숙면을 돕는 침대, 음료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잠 못 드는 밤’은 슬립테크(sleep tech·숙면 기술)로 무장한 ‘슬리포노믹스’ 뿐 아니라 부부문제까지 개입하고 있다. ‘따로 자야 금슬도 좋다’는 ‘수면이혼’이란 말이 유행이다. 미국 이야기지만 각방을 썼더니 절반 이상이 수면의 질이 좋아졌고 평균 37분이나 더 잤다고 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옛날 사랑방도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수면경제학적 산물 아닐까.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