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8]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8]
  • 경남일보
  • 승인 2024.02.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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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8)
이제는 추울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만큼 포근한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꽃이 피었다는 기별이 들리기도 하고 봄까지꽃은 벌써부터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르다 싶을 만큼 가까이 찾아온 꽃들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오지 싶습니다. 성큼 가까워진 봄을 느끼시길 바라며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짜개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본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들을 가르는 게다를 신는다는 데서 온 말이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그런 뜻으로 쓰였고 그런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풀이만 해 놓으면 이 말은 다르게 쓸 수가 없어지고 말기 때문에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이 말은 ‘짜개다’의 ‘짜개’+‘발’의 짜임으로 이와 같은 짜임으로 된 말로 ‘짜개바지’, ‘짜개버선’과 같은 말이 더 있습니다. ‘짜개다’가 ‘연장으로 베거나 찍어서 갈라지게 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짜개바지는 ‘가랑이 밑은 터놓은 아이들 바지’를 가리키는 말이고 짜개버선은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따로 끼게 되어 있는 버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짜개버선과 같은 말을 두고 보더라도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따로 끼게 되어 있는 버선’을 뜻하는 만큼 일본 사람들이 신는 신 가운데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따로 끼게 되어 있는 신’은 ‘짜개신’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갈라 신고 있는 발을 ‘짜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구요. 이러한 본디 뜻에서 넓어져 그런 신을 신는 ‘일본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쓴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말이 아니니 쓰지 않도록 길잡이를 하는 구실을 말집(사전)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것을 하나하나가 우리 토박이말이 설 자리를 갈수록 잃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좀 더 나아가 요즘 사람들이 흔히 쓰는 ‘쪼리’라는 신도 일본 사람들이 신는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따로 끼게 되어 있는 신’ 가운데 하나인 ‘ぞうり(조-리)’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그런 신을 신고 걸으면 나는 소리를 따서 ‘플립플랍(flip-flop)’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짜개신’이라고 다듬어 쓰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쪼리, 플립플랍이라는 말을 쓰는 분들에게 짜개신이라는 말을 널리 알려서 함께 쓰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덤으로 ‘짜개’가 들어간 말 가운데 두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짜개김치’는 오이김치 가운에 하나로 ‘오이를 썰어서 소를 넣지 않고 담근 김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짜개못’은 ‘대가리는 하나이고 몸은 두 갈래로 짜개진 못’을 가리키는 말인데 문구점에 가면 흔히 보이는 ‘할핀’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쌍동밤’을 제가 나서 자란 곳에서는 ‘쪽밤’이라고 하는데 ‘짜개밤’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으로 ‘짜개+○’의 짜임으로 된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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