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9]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9]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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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누구나 이레끝(주말)이 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가야할 곳도 있고, 가고 싶은 곳도 있어서 밖으로 나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할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가 ‘빨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빨래고, 놀러 갔다가 오더라도 빨래는 해야 입고 신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낱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오란비(장마)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릴 때 말씀드린 ‘빨래말미’가 있었습니다. ‘오란비(장마)철 빨래를 말릴 만큼 잠깐 날이 드는 겨를’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빨래를 하려면 냇가나 샘가에 가야했습니다. 그래서 빨래를 하는 곳을 가리켜 ‘빨래터’라고 했습니다. 빨래를 할 때는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빨기도 했지만 이게 있어야 빨래를 하는 맛이 났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빨랫방망이’입니다. 요즘에는 집집마다 집에서 빨래를 하기 때문에 볼 수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빨래를 해서 갓 말린 옷을 입을 때 나는 냄새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다 좋게 느껴질 것입니다. 빨래를 해서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새물내’입니다.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참 좋은데 이것을 가리키는 말인 새물내를 모르면 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왜 새물내라고 했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새물내’는 ‘새물+내’의 짜임으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새물’은 ‘새로 갓 나온 과일 생선 따위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빨래하여 이제 막 입은 옷’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내’는 우리가 많이 쓰는 ‘향기’와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무슨 ‘내’라고 했을 때와 무슨무슨 향기라고 했을 때 받게 되는 느낌처럼 우리 삶과 멀어진 토박이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리다’는 말 뒤에는 ‘구린향’보다는 ‘구린내’라고 하는 것이 알맞게 느껴지고, ‘꽃’이라는 말 뒤에는 ‘꽃내’보다는 ‘꽃향’또는 ‘꽃향기’가 더 알맞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내’라는 토박이말을 두고 생각해 보면 ‘밥내’, ‘꿀내’라고 하는 것처럼 ‘꽃내’라고 해도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데 우리가 토박이말을 몰라서 못 쓰고, 자주 안 쓰다 보니 낯설게 느껴지는 거니까 어떻게든 자주 쓸 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제가 바라는 것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밥을 파는 집을 흔히 ‘밥집’이라고 하고 술을 파는 집은 ‘술집’이라고 하는 것처럼 ‘빨래를 해 주는 집’은 ‘빨래집’이라고 하는 것이 참 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베를 짜는 기계는 ‘베틀’이라고 하고, 기름을 짜는 기계는 ‘기름틀’이라고 하는 것처럼 ‘빨래를 하는 기계’는 ‘빨래틀’이라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탁소, 세탁기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빨래집’, ‘빨래틀’을 떠올려 써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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