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3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31]
  • 경남일보
  • 승인 2024.08.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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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지 여투다 알음알음
한 달 넘게 밤더위가 이어지고 모든 푸나무가 익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을 만큼 이어지는 한낮의 불볕더위도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함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들 곁으로 가까이 오고 있는 가을을 느끼며 나날살이에서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알려드릴 말은 ‘악지’입니다. ‘잘 되지 않는 일을 해내려고 굳게 버팀을 뜻하는 데 잘 되지 않는 일을 해내려는 고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보거나 듣는 말도 이미 알고 있는 말과 관련지어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 말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억지’의 작은 말이 ‘악지’고 ‘악지’의 큰 말이 ‘억지’입니다. 말집(사전)에 ‘악지’를 쓴 보기에 “악지가 나다/세다”, “악지를 부리다/세우다/쓰다”, “어린 녀석이 악지가 보통이 아니네”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 말을 알려드리는 까닭은 우리가 흔히 ‘억지’만 알고 쓰는데 이렇게 느낌이 다른 말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 느낌에 따라 알맞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큰말과 작은말 센말과 여린말을 잘 알고 알맞게 쓰면 말맛을 잘 낼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왜 있겠는지 생각해 보면 될 것입니다. 요즘과 같은 한낮의 더위도 지나가기 싫어하는 여름이 악지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말은 ‘여투다’입니다. 이 말은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저축하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말을 갈음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축하다’는 익숙한데, ‘여투다’는 처음 들어서 낯설고 좀 어렵게 느껴지실 겁니다. ‘여투다’가 어떨 때 쓸 수 있는지 알려드릴 테니 잘 알아두셨다가 자주 많이 써 보시기 바랍니다.

말집(사전)에 ‘여투다’를 쓴 보기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난경이는 몰래 여투어 두었던 돈으로 지난봄부터 갖고 싶었던 옷을 샀다”는 보기도 있고, “할머니는 쌀을 여투어 두었다가 불쌍한 사람에게 주곤 하셨다”는 보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저축하다’는 말은 ‘돈’을 이야기할 때 많이 쓰는데 보기를 보다시피 돈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아껴 모아 두다는 뜻으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에서 먹거리(음식)를 만들다가 남는 것들도 모아 두었다가 쓰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마지막 토박이말은 ‘알음알음’입니다. 이 말은 ‘서로 아는 사이, 서로 아는 관계’를 가리키는 말로 많은 분들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많이들 알고 쓰긴 하는데 이 말을 쓰면 좋을 곳에 ‘지인을 통해’라는 말을 쓰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지인을 통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알음알음으로’라는 토박이말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흔히 쓰는 ‘안면’, ‘친분’과 비슷한말이라는 것도 알아두고 알맞게 써 보시기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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