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34]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34]
  • 경남일보
  • 승인 2024.10.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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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돌 한글날을 보내며
578돌 한글날을 맞아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잔치를 열었습니다. 나름대로 한글날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마련한 잔치인데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마음을 써 주지 않아서 썰렁한 곳도 있었습니다. 578돌 한글날을 보내며 배곳(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배움책(교과서)을 보고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하는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1학년 아이들 배움책(교과서)에 ‘모음자’과 ‘자음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모음자 ㅏ·ㅑ를 알아봅시다”, “자음자 ㄱ·ㅋ·ㄲ을 알아봅시다”와 같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어 있으니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아이들이나 ‘자음자’, ‘모음자’와 같은 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자리에서 보면 ㅏ·ㅑ는 왜 모음이라고 하고 ㄱ·ㄴ은 자음이라고 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엄마·아빠·아저씨·아줌마, 자음에는 왜 자음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모음에는 왜 모음이라는 이름이 붙었나요?”라고 묻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풀이를 해 줄 수 있을까요?

“본래 자음은 한자로 ‘아들 자’에 ‘소리 음’이고 모음은 ‘어미 모’, ‘소리 음’인데…”와 같이 풀이해 주시는 선생님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풀이를 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잘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 저는 ㄱ·ㄴ과 같은 소리를 ‘닿소리’라고 알려 주고 왜 ‘닿소리’라고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줬습니다.

‘가’부터 차례대로 소리를 내어 보도록 하고 소리를 낼 때마다 혀나 입술이 어디에 있는지를 느껴보도록 한 다음 소리를 내려고 할 때 닿는 곳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런 다음 이처럼 ㄱ부터 ㅎ까지 소리는 우리 입술이나 입안 어디엔가 닿아서 나는 소리이기 때문에 ‘닿소리’라고 하는 거라고 하면 아이들은 “아~”하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ㅏ·ㅑ·ㅓ·ㅕ와 같은 소리를 ‘홀소리’라고 알려 주고 왜 ‘홀소리’인지는 다음과 같이 풀이해 줬습니다.

아이들에게 ㅏ부터 ㅣ까지 열 가지 소리를 다 내어 보라고 한 다음 앞서 ‘닿소리’가 우리 입술이나 입안 어디엔가 닿아서 나는 소리였다는 것과 견줘 보도록 했습니다. 그러면 앞의 닿소리와 달리 아무 데도 닿지 않고 소리가 난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립니다. 이처럼 ㅏ·ㅑ·ㅓ·ㅕ 같은 소리는 우리 입술이나 입안 어디에도 닿지 않고 제 홀로 나는 소리이기 때문에 ‘홀소리’라고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아~”라고 하며 알겠다고 했습니다.

초등교육을 ‘기초 교육’, ‘기본 교육’이라고 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배움책(교과서)에는 국어학자들이 쓰는 ‘자음’, ‘모음’이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옵니다. 그러니 그런 말을 교사들은 가르칠 수밖에 없고 아이들은 배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초, 기본 교육의 첫걸음을 내딛는 1학년 아이들에게는 ‘자음’보다 ‘닿소리’, ‘자음자’보다 ‘닿소리 글자’, ‘모음’보다 ‘홀소리’, ‘모음자’보다 ‘홀소리 글자’라는 말이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날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글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할 것인지 이야기 나누고 쉬운 토박이말을 잘 살려 쓴 배움책을 만드는 일에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알리는 그런 자리들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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