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좋은 주택이라고 하면 세계에서 최고로 꼽는 주택이 있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사람이 1930년대에 지은 ‘낙수장’이라는 집인데 주택으로서 최고로 꼽는다. 이 건물은 콘크리트로 시원시원하게 바닥을 길게 뽑아 판들이 겹쳐지는 듯한 독특한 외관이 실로 경이롭다. 그리고 기존 계곡물을 집 아래 그대로 흐르도록 건물을 배치하였다. 그래서 이름도 ‘떨어지는 물위의 집(Falling Water House)’이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집이 자연과 동화되도록 만들었다. 외경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하다. 그러나 이 집 주인인 카우프만 가족은 도저히 이 집에서 생활할 수가 없어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습기와 시끄러운 물소리 때문에 도저히 이 집에서 생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은 결국 기념관처럼 쓰이며 건축학도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오브제가 되고 말았다.
건축의 3요소로서 흔히 구조, 기능, 미를 꼽고 있다. 튼튼해야 하고 사용하는데 편리해야 하며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이란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건축의 3요소를 갖지 않은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사람이 그릇을 담는 꼴이 되기 쉽다. 많은 돈을 들여 지었는데 하자가 많다든지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끼면 주체인 사람과 객체인 주택이 전도되는 결과를 낳는다. 낙수장처럼 이름 있는 건축가가 지은 좋은 주택이라고 할지라도 거주하는 사람이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으면 좋은 주택이라고 할 수 없다. 건물의 작품성만 가지고 주택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집에 들어오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내일 또다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지는 집은 좋은 주택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주택이란 내 몸에 꼭 맞는 예쁜 옷처럼 자기에게 맞는 적당한 크기로써 나를 감싸주고 편안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이 가장 좋은 주택인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