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5)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다음으로 암석교회와 시벨리우스 공원을 들렀다. 암석교회의 정식 명칭은 템펠리아우키오교회다. 암석교회라는 이름이 훨씬 일반적으로 쓰인다. 도시 한쪽 언덕바지를 좀 오르면 있는데 천연 바위산 안으로 파고 들어가 민든 독특한 형태의 교회다. 1969년에 수오마리아넨 형제가 설계했는데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천연 암석의 이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천장에는 직경 24미터의 동철판 돔 지붕을 매달아 놓았고 그 지붕을 지탱하는 180개의 창문으로 태양빛이 들어와 밝은 분위기를 준다. 제단의 테이블 토대는 화강암을 잘라 사용했고 신자들이 앉는 벤치는 흰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지금은 핀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사실 건설 당시에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대안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땅을 고르고 건물을 쌓아 올리는 것 대신 폭탄으로 간단히 터를 잡은 다음 뚜껑만 덮자는 계획으로 탄생된 것이다.
우리 일행이 교회문을 들고 들어갔을 때 교향악단이 음률을 맞추고 있었다. 어수선한 땅굴 속의 교회인 것만도 이색적인데 거기 갖추어진 교향악단이 연습을 하는 소리가 장중했다. 그러다가 아는 음악으로 이어지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오던 문으로 되돌아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음악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었다. 아마도 저 곡은 핀란드 애국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의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음 코스가 시벨리우스 공원이었기 때문에 쉽게 그런 느낌이 온 것이다.
시벨리우스 공원은 핀란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곡가 이름을 붙인 공원이다. 바닷가에 있는 짙푸른 녹음을 자랑하는 공원으로 헬싱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이곳에 두 개의 조각품이 특색있는 것으로 꼽힌다. 스테인레스 파이프로 만든 시벨리우스 기념비와 시벨리우스 두상이 그것이다. 기념비는 파이프 오르간을 모티브로 하여 총 24톤 600개의 파이프를 용접으로 이어붙여 만든 것이다. 시벨리우스 두상은 귀가 없다. 이것은 그가 단순히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귀 대신에 머리 뒤로 영감을 나타내는 구름을 조각해 놓았다. 아이디어가 특이했다.
공원에서는 곧 시벨리우스의 대표작인 ‘핀란디아’가 장중히 울려퍼질 것 같았다. 이 음악으로 러시아 지배하에 있던 핀란드 국민들이 일치단결할 수 있었던 그때의 영상이 곧 떠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악가 이름으로 공원을 하나 만들 수 있을까? 그때 한 분이 떠올랐다. 윤이상이다. 시벨리우스 이상으로 이름이 난 작곡가는 통영의 윤이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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