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재료硏 이정환 초대 원장 “새로운 첫 차를 기다리며”
퇴임하는 재료硏 이정환 초대 원장 “새로운 첫 차를 기다리며”
  • 이은수
  • 승인 2024.04.1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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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료연구원 승격 가장 큰 보람
낯선 창원을 향해 서울 강남터미널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1982년 3월 1일 아침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하루하루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며 기쁨의 환희와 아쉬웠던 일들이 교차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이정환 원장은 조용히 창밖을 응시했다. “정말 많은 추억,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요즘이다”며 “한국재료연구원과 함께한 지난 42년은 인생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그래프터 앞에 앉아 기계부품을 설계하던 시절 꿈 많고 패기 넘치는 청년으로 재료연구원에 들어와 고도성장 산업화 시대, 정보화시대, 그리고 AI시대로 변화되는 기술 발전을 체험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 원장은 “80년대 황량한 창원공업단지에서 연구원들과 고민하고 부딪히며 연구결과를 현실로 끌어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쾌거에 이바지한 뿌듯함을 느낀다”며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소재분야의 원천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통해 소재강국 실현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VTR 헤드 드럼을 국산화할 때 변압기 화재로 소방차를 대기시켜놓고 열처리 시간을 맞추기 위해 가슴 졸였던 기억,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고규소 실리콘 알루미늄 합금의 냉간 단조품을 국산화해 수급 물량 조절과 가격 조작 변동의 위험 요인을 없애 VTR 대중화를 성취한 일은 제 연구원 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의 하나였다”고 했다.

인지감지 소재와 자성 재료 극한 소재 등 새로운 연구 방향 제시로 시대를 열어가는 좋은 연구 성과도 많이 낸 그는 미래 성장동력 연구분야인 스마트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우주항공, 방위산업, 수소에너지 등의 미래 먹거리 창출 연구 분야 인프라 구축 및 지원에도 앞장서 왔으며, KIMS 미래관 예산 확보 및 설립을 통해 젊은 연구원들의 재료연구원 현장 내에서 연구 가능하도록 퍼실리티(facility) 편의 제공, 지역내의 기업들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기업의 생태계 변화 수행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타가 인정하는 이 원장의 가장 큰 업적은 난제중의 난제였던 창원의 재료연구소를 원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그는 마지막 재료연구소장(3년)에 이어 초대 재료연구원장 중책을 지난 3년간 맡아 조직 혁신을 도모했다.

이 원장은 “42년을 되돌아보며 가장 기쁜 일은 역시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연구원 승격을 이뤄낸 일”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여러 기업의 많은 분이 도와주셨지만 저와 연구원 가족 여러분께서 합심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돌입한 이후 우리 정부는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 육성에 나서게 됐으며, 글로벌 세계 공급망 안정화 노력은 재료연구원 승격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원 승격 이후 첨단소재 실증연구단지 조성사업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2024년 50주년을 맞는 창원국가산단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역할을 우리 재료연이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늘 지방의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 복지를 위한 ‘KIMS 미래관’ 건설을 비롯해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큰 보람과 행운이었다”고 돌아봤다.

김 원장은 재료기술의 컨트롤 타워와 미래기술 로드맵을 완성키셔 재료연 독립법인을 설립했으며, 첨단소재 실증화단지 통해 소부장의 공급망 안정을 추구하고 공급 기업과 수요기업간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첨단소재 실증단지 구축에 앞장서왔다. 이 같은 성과는 진해지역 재료연의 제2캠퍼스로 확대 발전되고 있는데, 후임 원장이 잘 마무리할 것이란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덧 떠나야 하는 시간, 이 원장은 이임식 대신 동료들에 대한 감사를 담은 한 통의 편지를 남겼으며 서신의 제목은 이렇다. “다시, 새로운 첫 차를 기다리며”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퇴임을 이틀 앞둔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초대원장이 17일 오후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책을 감당하며 그간 분주했던 일상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편안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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