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2차공공기관 이전, 법과 현실에 충실하라
[경일포럼]2차공공기관 이전, 법과 현실에 충실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24.05.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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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정녕 배를 산으로 보내려는가. 혁신도시 이외의 지역에도 공공기관을 분산배치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 법규와 상황 등을 분석해 보면 이는 모순이다.

먼저 혁신도시법의 제정·개정의 기본취지를 보면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집중을 통한 지역성장 거점화’라고 명시돼 있다. 2007년 1월에 제정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목에서 보듯이 혁신도시 건설은 공공기관을 혁신도시로 지방이전 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2017년 12월에는 관련법의 제목과 목적을 변경하면서 그 취지를 강화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제목을 변경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로 한정했던 목적에 혁신도시 ‘발전’을 추가한 것이다. 그 이유로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계획 부재, 이전공공기관 등의 주도적인 역할 미흡 등으로 인해 혁신도시가 지역발전 거점으로 조기 육성·발전하는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혁신도시법이 제·개정돼 오면서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원칙’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제29조 제1항에서 “이전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지역의 특성과 이전공공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이전공공기관과 이전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의 시·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22조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혁신도시 외로 개별이전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혁신도시 이외 지역으로 분산배치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국토부훈령인 ‘혁신도시 발전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서도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지자체는, 혁신도시를 지역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로 혁신도시발전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남도가 이 센터를 발족하지 않는 것은, 2차공공기관의 이전시 경남도 내 분산배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정부와 경남도는 혁신도시 이전 원칙을 법에 따라 충실해야 한다. 더구나 분산배치를 염두에 두고 혁신도시로의 이전 원칙을 개정하는 건 본말전도이다. 이는 혁신도시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므로 아예 법 자체를 폐기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려면 차라리 ‘공공기관의 지방 분산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제반 여건상으로도 경남 내의 지역불균형이 심각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방소멸 위험 대상 지자체는 대부분 서부경남 소속이다. 서부경남의 GRDP도 동부경남보다 약 5배 낮고, 인구 또한 약 4배 적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해 경남혁신도시가 위치한 진주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나 당초 기대효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공기관 숫자가 너무 적어서, 규모의 경제효과가 적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한 진주의 GRDP(2021년)가 경남의 지자체 중 최하위라고 하며, 인구도 최근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을 분산배치 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인근 지자체가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혁신도시와 경쟁하게 된다면 갈등·분열만 초래한다. 기존 혁신도시에는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혁신도시 이외의 지자체가 또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결국 공멸로 가게 된다.

만약 ‘전국 원도심으로의 공공기관 분산배치’가 실행된다면 경남진주혁신도시로 이전될 공공기관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심지어 다른 지역처럼 진주의 원도심에도 공공기관이 이전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전체 상황상 소탐대실이다. 혁신도시 조성 취지의 법률적 근거와 부족한 경제적 지표 등을 볼 때, 공공기관의 2차 이전은 기존 혁신도시로 집중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이를 통해 지역성장의 거점화라는 호랑이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분산배치로 고양이 그림 여러 개를 그려 합쳐도 호랑이 그림을 만들 수 없다. 분산배치로 인해 혁신도시가 서부경남의 성장거점화 진지 구축에 실패해 낙수효과를 창출하지 못하면 경남은 죽도 밥도 아닌 어중잽이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더 분산배치는 공멸이다. 사의를 위해서 대의를 버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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