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얄궂은 봄, 애끓는 농심
[기고]얄궂은 봄, 애끓는 농심
  • 경남일보
  • 승인 2024.05.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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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롤러코스터처럼 추위와 무더위가 반복되는 가운데 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에서는 꽃 피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축제를 연기하거나 기간을 연장했고 꽃이 없는 빈축제로 회자되기도 했다.

기록적인 강우 일수가 지속되고, 요 며칠 전에는 장맛비보다 더 심한 폭우가 쏟아져 한창 아카시꽃과 이팝나무 꽃에서 벌들이 활발하게 꿀을 채취해야하는 때에 양봉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하던 이상한 봄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요상한 날씨는 작년 겨울부터 계속됐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았고 비가 일주일에 이틀이상 계속됐다는게 기상자료이다. 이 시기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이는 두말할 나위없이 농업인이고, 소득에 직격탄을 맞은 것도 농업계다. 흔히 농학의 기본서인 재배학원론에서는 작물 생육의 3요소를 햇빛, 온도, 수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만큼 기상요건이 작물 재배의 기본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 토양, 작물별 필요로 하는 영양요소 등이 결합된 인위적인 재배기술을 더해 생산 수량이 결정된다. 작물 생육 및 수량 형성의 필수요건을 요약하면 기상요건과 재배기술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재배기술은 작물별로 언제 파종을 하며, 퇴비는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 등 재배방법이 구축돼 있으며 경험이 쌓이고 기술을 터득하면 개별적인 차이가 크게 존재하지 않아 표준화되고 정형화되어 있는 반면, 기상요건은 재배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단순하게 말해 농업인이, 아니 인간이 관여할 수 없는, 하늘이 결정할 문제라 보면 된다. 예부터 우리 선현들은 이 세상에 사람 의지만으로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부모의 통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자식농사’를 말하였고, 또 다른 하나는 ‘농작물 재배’를 들었다. 여기서 농작물 농사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하늘이 작물 생육에 필요한 적당한 비와 기온, 햇빛을 제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요.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게 세상 이치임을 말하고 있다.

서두에서 말한 최근 기상여건은 우리 농업계와 농업인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부족한 일조량에 시설작물들은 제대로 생육을 하지 못한 채 급격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라는 고통을 안겼다. 최근에는 한창 알이 차야할 시기에 집중호우를 맞은 양파와 마늘 등 뿌리채소와 동계 식량작물, 사료작물들이 습해와 일조량 부족의 피해를 받고 있어 수확량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농업계의 반응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것이고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환경학자들의 중론이다. 사과는 강원지역이 재배 최적지로 부상되고 남해안 지대에 바나나, 만감류 재배가 어색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지적하는 언론보도는 현란한 수사가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농산물은 수요 탄력성이 다분히 비탄력적이라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농산물 공급이 늘거나 줄지 않는 특성이 있다. 즉 시장 수요에 맞춰 대응할 수 없는 특이한 산업임을 인정해야 한다. 수요량에 비해 조금만 생산이 넘쳐도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조금 모자라면 가격은 크게 오르는 습성이 있다. 최근 이러한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큰 주역으로 비춰질 때 마다 농업과 농업인을 대상으로 일하는 공무원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농업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금사과’, ‘금딸기’, ‘금과일’과 같은 자극적인 언어들이 생산되지 않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무실 앞 양파 논은 오늘 보니 노랗게 병들어 시들시들해가고 있다. 얄궂게 가는 봄날씨에 애타는 농심을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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