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불안의 다른 말
[경일춘추]불안의 다른 말
  • 경남일보
  • 승인 2024.05.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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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영 시인
유승영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화가였다면 그는 자화상을 어떻게 그렸을까. 불안으로 시작해서 불안으로 끝나는 페소아의 삶은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거의 혼잣말이거나 독백이거나 내가 아닌 인물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부정적으로는 매우 사교적이라고 했고 긍정적으로는 유화적이라고도 했다. 모든 존재들을 시각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그런데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자신은 아무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불안과 불안증을 즐겨야 한다. 불안과 아주 먼 간격이라고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 ‘나는 정말 멀쩡하지 않고 나는 아주 안정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우리의 불안은 시시각각 움직이며 작용한다. 최초의 자궁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순간부터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그 편안함에서 나오면서 벽의 지면으로부터의 낙하 되는 순간, 허공으로부터의 시공간을 초월하며 지금도 부유 중일지 모르겠다. 무중력의 공간에 나 혼자서의 떨어짐은 창조된 것도 아니고 진화된 것도 아닌 생존이다. 그것이 불안과의 첫 접촉이었고 탯줄이 끊김으로부터 우리는 생존을 위해 애써야 했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살아가는 법까지 터득해야 했다.

페소아로 인해 인간의 무모함이 털리고 어쩌면 그는 최초의 인공지능일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불안을 예측하고 불안을 감지하고 책을 썼던 페소아다. 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저항했으며, 저항한 것은 고독하게 태어난 우리 인간의 운명이다. 그는 그것들을 미리 예측하고 노래했다. 쓰면 쓸수록 완성과 멀어졌고 페소아 자신도 분명하게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행복이나 기쁨을 노래하지 않는다. 숲 속에 난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과 엄마의 자궁으로부터의 분리감은 같은 감정일 것이다. 아는 만큼의 불안을 안고 그 불안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불안은 날마다 태어나고 살아서 움직인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본능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불안이 아닐까. 그렇다면 불안에서 도피하려는 마음은 욕망의 본능에 속할 것이다. 인간은 생존으로부터 위기를 넘어서 그것을 승화해야 하기에 불안하게끔 태어났다. 페르난두 페소아. 세상은 페소아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지 모르겠다. 내 생각이다. 페소아적인 감각과 페소아적인 꿈의 질감과 단 한 번도 반복하는 법 없는 세상의 모든 하루하루가 이미 존재해 비교되지 않는 부조리한 시선들과… 페소아는 오직 읽혀지기 위해 거기에 있다. 불가능의 숲에서 영원히 산란하는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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