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지지율 우위 내세우며 ‘통큰 담판’ 압박
안 “단일화 생각 없다…내가 정권교체 주역”
힘겨루기 전망 속 촉박한 일정에 ‘불발론’도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부상한 야권 단일화와 관련 8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측이 샅바싸움을 벌이며 치열한 눈치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윤 후보측은 여론조사 없는 ‘통큰 담판론’을 내세우며 안 후보의 결단을 압박하는 반면 안 후보는 이같은 일방적 논의에 끌려들어가지 않겠다며 시종일관 완주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제가 공개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사실상 안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지금 안철수 후보가 놓인 처지나 이런 것을 봤을 때 가당치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가 ‘어떤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주말 이전에 아마 어떤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MBC라디오에서 “단일화 국면으로 빠져들어서 ‘누가 후보가 되어야 되느냐’ 이 논쟁으로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들다”며 “단일화 논쟁은 벌이지 않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중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러 나왔다. 당선이 목표”라며 “단일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까 어떤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만남은 가능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무조건 윤석열 후보다. 닥치고 양보해라’라는 그런 답을 정해 놓고 하는 만남이기 때문에 관련된 움직임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은 윤석열-안철수 후보측이 단일화 ‘소값계산’에 따른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윤 후보측은 지지율 격차를 강조하며 압박 포위전술을 펴고 있는 반면 안 후보측은 향후 정치적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실리를 얻기 위해 버티기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책임총리 맡기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거나 안 후보를 종로에 전략공천 해 차기 당 대표를 노리게 하는 협상카드를 쓸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촉박한 대선일정과 양측의 감정대립을 감안하며 결국 단일화는 어렵지 않냐 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측은 야권의 단일화 논의에 촉각을 세우며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은 안 후보와 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흘리며 단일화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회동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의 결합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8일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