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 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 나네
아카시아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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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에 아카시아가 수북이 피웠다.
개망초도 찔레꽃도 따라 피었다.
푸른 산빛을 젖히고 모두가 눈 시리게 피었다.
해맑은 유년의 모습들이 따라 피었다.
꽃향기를 보듬고 언덕을 뒹굴던 시절과
하얀 손등에 파란 정맥이 고운
막내누이 간절한 그리움이 같이 피웠다.
신작로까지 따라나서던 어머니나
무심히 뒷짐을 지고 먼 산만 쳐다보시던 아버지나
이 5월에 함께 피웠다.
이제 먼 별의 이야기 같지만
언제나 나를 순하게 하는 추억이다.
다음 별로 갈 때까지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억이다.
5월은 헤프다.
숨겨둔 것들을 마구 퍼내어서 더욱 시리다.
개천 너머 저 산허리 너머 감나무 집
하얀 이의 그녀도 아카시아로 피었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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