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아카시아(김사인)
[주강홍의 경일시단]아카시아(김사인)
  • 경남일보
  • 승인 2024.05.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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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 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 나네

아카시아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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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에 아카시아가 수북이 피웠다.

개망초도 찔레꽃도 따라 피었다.

푸른 산빛을 젖히고 모두가 눈 시리게 피었다.

해맑은 유년의 모습들이 따라 피었다.

꽃향기를 보듬고 언덕을 뒹굴던 시절과

하얀 손등에 파란 정맥이 고운

막내누이 간절한 그리움이 같이 피웠다.

신작로까지 따라나서던 어머니나

무심히 뒷짐을 지고 먼 산만 쳐다보시던 아버지나

이 5월에 함께 피웠다.

이제 먼 별의 이야기 같지만

언제나 나를 순하게 하는 추억이다.

다음 별로 갈 때까지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억이다.



5월은 헤프다.

숨겨둔 것들을 마구 퍼내어서 더욱 시리다.

개천 너머 저 산허리 너머 감나무 집

하얀 이의 그녀도 아카시아로 피었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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