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미술관에서 만나는 관람객은 가장 좋은 스승
[경일춘추]미술관에서 만나는 관람객은 가장 좋은 스승
  • 경남일보
  • 승인 2024.05.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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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해설사
이효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해설사


2023년부터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근무 중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며 이탈리아 생활을 마무리할 새도 없이 귀국을 택했다. 예술인 고용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지만 문화 예술 분야 안에서 일을 하고 싶어 관련 채용 정보를 찾아보던 중 문화재단을 알게 됐다. 유럽 미술관, 박물관 등지에서 일을 했었던 경험을 살려 미술관 전시 해설사로 일을 시작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작가들과 작품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작품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고 있으면 어려운 단어를 쓰기 마련이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레이아크미술관은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라는 두 전시장에서 매해 기획전으로 4~5번의 전시가 바뀌면서 진행된다. 이름의 뜻은 클레이(CLAY) 즉, 흙과 아크(ARCHITECTURE) 건축의 합성어로 세계 최초 유일한 도자 미술과 건축을 테마로 하는 미술관이다. 대표시설인 돔하우스에서는 18년간 도자와 건축을 테마로 하는 메인 기획전이 열렸다. 올해는 과감한 도전을 하게 됐다. 바로 아트 토이, NFT 비디오 클립, 페인팅, 미디어 아트 등 다채롭게 꾸며진 팝아트 전시를 개관 이래 최초로 도자와 건축이란 카테고리를 벗어나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맞춰 전시를 진행하게 됐다. 만나본 전시 그 모든 것이 다 예술이었고 각각의 의미가 있었지만, 내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작품은 한정적이었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취향은 모두 다르다. 미술은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는 일평생 2000여 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팔린 그림은 단 1장, 그것도 친동생 테오, 그의 후원자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라는 가수는 그 누구도 훌륭한 대체 가수로 인정하지 않던 무명 시절 오로지 그의 아들만이 박수를 쳤었다.

나에겐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은 바로 관람객들이다. 그들의 해석과 관점은 늘 새로운 것이어서, 좋은 자극이 된다. 나는 일방적인 작품 설명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작가에게서 전달받은 최소한의 정보를 준 뒤 토론하듯 대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매번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공통점이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자신의 작품이 어떤 특정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예술작품이란 것은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또는 표현하고 싶어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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