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가 너무 복잡하지 않습니까
대학 입시가 너무 복잡하지 않습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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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객원논설위원·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대학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200개 대학과 150개 전문대학이 제각각 다양한 입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대학을 가고자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이 복잡한 제도 속에서 많이들 힘들어 한다. 고3 담임선생님이 그것도 모른다고 가끔씩 필자에게 하소연을 하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이 복잡한 제도를 선생님들께 어떻게 완벽하게 아시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판이다.

혹자는 대학의 자율성을 가지고 대학이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항상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대학의 자율성은 학생 선발의 자유이기보다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생 선발에 있어서의 자율성도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어려움에 견준다면 이는 공공의 이익, 즉 공익적인 면에서 일정하게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요성에 비추어서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보다는 정부 관리가 맞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대학 입시에서의 3불 정책이란 것이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이 원칙을 포기하려는 듯한 여러 정책들을 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정책에서 30년 이상을 관통한 중요한 대학 입시 정책이다. 잘 아시겠지만 대학 입학시험에서 본고사를 치지 않겠다, 기여 입학제를 도입하지 않겠다, 고교 등급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이 3불 정책이 지니고 있는 중요한 정책적 목표는 다름 아닌 교육의 양극화 해소다. 교육의 양극화는 경제적 양극화와 상승작용을 해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심각한 사회문제의 근원이다. 다시 부언하고 싶지 않지만 돈으로 대학 합격을 사는 것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좋지 않고, 고등학교가 서열화되는 것이 고교 평준화 정책에 어긋나고, 본고사를 치면 사교육이 번창하여 서민과 저소득층에 결정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에 이 대학 입시의 3불 정책은 존속되어 온 것이다.

필자는 이 3불 정책의 원칙이 훼손되면 대학 입시에서 지방의 고등학교가 불리해진다는 점을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 들어 본고사에 버금가는 논술 시험이 시행되고 있고, 고교 평준화 정책은 내용적으로 이미 고사한 상태에서 3불 정책은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3불 정책의 포기가 교육 양극화로 변질되고, 복잡한 대학 입시는 정보력에서 불리한 지방이 대학 입시에서 여러 모로 불리해진다는 논리다.

지금의 대학 입시는 정보력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교사들이 많다. 실력과 정보력의 경쟁이라고 말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의 대학 입시는 200개의 대학과 150개의 전문대학이 제각각 다른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한 대학만 해도 수시 전형, 특별 전형, 정시 선발, 일반 선발, 입학 사정관 전형 등등 무슨 이상한 이름의 전형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를 좀 단순화할 수는 없는가. 과거의 예비고사, 본고사 이 두 개의 시험으로 단순하게 설명이 되던 80년대로 돌아가자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전형은 너무 복잡하다. 먹고살기에 바쁜 생계형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의 대학 입시에까지 신경을 쓰기가 정말 벅차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공부만 하면, 다시 말해 학교가 시키는 대로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그런 제도는 없는가.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절대로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려운 형편을 극복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입지전적 사례는 있기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사회적 신분의 수직적 상승이 제도적으로 막히면 세상은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어제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된 OECD 34개 국가 중에서 한국이 가장 자살률이 높다는 조사통계를 우리가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박종훈 (객원논설위원·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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