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남경제에 노란불이 켜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실물을 책임지는 기업인들의 하소연도 심상찮다. 과거 97년의 외환위기 때나 2008년 미국의 서버프라임 모기지로부터 비롯된 리만사태의 파장과는 견줄 수가 없다. 미국 경제위기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남유럽에서 비롯된 재정위기는 유로존(EURO Zone)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큰 시장인 미국과 유로존의 흔들림은 세계경제의 근간을 휘저어 버리면서 지구촌의 회생기회를 미궁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경기의 하락은 우리 경남이 자랑하는 공산품 수출부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럴 때 우리 기업의 자세로는 우선 숨고르기가 급선무이다. 숨고르기란 단순한 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 내부를 돌아보고 취약점을 개선하며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의 폭을 다져야 한다. 신기술 투자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세계시장을 돌아보면서 시장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틈새시장은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경제가 어려워도 경제적 삶마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EU의 경제·사회적 현상을 구석구석 파악하고 이해하며 미래의 소비공간을 넓혀 놓아야 한다. 그들이 지금 위기라고 해서 어느 시점이 지난 미래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EU라는 막강 잠재시장을 어려울 때 이해하고 외연을 확대하며 미래시장으로 개척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20세기 말 정보화로부터 촉발된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부터는 기술개발의 주체가 선진국은 물론 중·후진국으로 확대되고 개인, 기업, 연구기관, 교수 등 매우 다양화되었으며, 대기업의 몫에서 영세 소기업이나 중기업으로 넓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발기술의 생애주기가 매우 짧아 신기술에 의한 새 제품의 주기 또한 단축됨으로써 생산을 영위하는 기업활동도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결국 지식사회에서 수출확대를 주도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영역을 정부와 더불어 지자체가 일정부문 담당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과학기술원을 유치하고 연구개발특구를 똑같이 지정받은 대구와 광주가 서로 정치적 빅딜을 하면서 연구개발 기반을 강화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과학 자문관을 초빙하고 지방과학 육성에 매진하기 위해 과학진흥과를 설치하고 예산을 늘려 왔다. 도로 등 물적 인프라보다 기술 인프라 확충이 더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교통, 환경, 주거 등의 악조건과 물류비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고집하는 것 또한 과학과 기술 인프라 때문이다. 2010년과 지난해 등 2년 동안 도내에 생산거점을 가진 몇몇 대기업이 수백 명씩의 R&D인력을 수도권으로 이전·배치한 사례가 아직도 생생하다.
경남도는 전국 17개 자치단체(16개와 세종시) 중 경제력이 서울, 경기 다음인 3위로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투자는 대기업 등 민간을 포함하더라도 중간수준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와 기업에 맡길 것도 있겠지만 지자체의 연구개발 예산편성과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인식의 일대 전환과 함께 도내 국책 연구기관들과 경남테크노파크 및 각종 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을 결코 소홀해선 안된다. 특히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혼돈(chaos)과도 같은 현재의 위기상황 하에서는.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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