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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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오는 5월 30일 개원한다. 국회가 개원되어도 기대도, 희망도 가질 수 없다. 22대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낮이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이러한 민낯을 가진 상당수가 대거 국회에 진출한 탓이다. 이들 의원들이 22대 국회를 농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강도가 22대 국회 수준이 최악의 국회였던 21대 국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후보 공천부터가 ‘아사리판’이었다. 아사리판이란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말한다. 공천 원칙과 기준은 보스(?)의 말에 따라 바뀌었고, 공천시스템은 아예 작동하지 않았으며, 민주적 경쟁도 실종됐다. 보스(?)의 복심과 말 한마디가 곧 결정이었다. 자질·자격 미달자든, 무뢰배든, 사회적 물의자든, 범죄 혐의자든, 심지어 범죄자도 보스의 뜻에만 맞으면 공천됐다. 국민이 원해도 보스(?)의 뜻에 어긋나면 낙천됐다. ‘친윤불패’니, ‘현역불패’니 하는 비아냥과 ‘비명횡사, 친명횡재’니, ‘친문학살’이니 하는 조롱이 만연했다. ‘설마 그렇게 하겠어?’ 했는데, 설마 그렇게 했다.
망언과 극언을 했던 후보들은 낙천됐어야 했고, 선거 중에 공천이 박탈되어야 했으며, 유권자에 의해 낙선되어야 했다. 그런데 당선됐다. 게다가 재판 중에 있는 범죄 혐의자와 1심과 2심에서 범죄가 확정된 후보도 당선인 대열에 합류했다. 선거 결과는 ‘아사리판’ 끝판왕이었다. 단지 지지하는 당이라서, 진영이 같다는 이유로 ‘묻지마 투표’를 한 어리석은 유권자 탓이 크다. 유권자도 도의를 내팽겨쳤다. 세계인들 보기가 부끄럽다.
개원도 되기 전인데 벌써 ‘아사리판’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선되선 안되는 국회의원과 부하뇌동하는 무개념 국회의원들이 보스(?)의 의중과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해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원과 동시에 특검과 탄핵을 제일 먼저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22대 국회를 민생국회가 아닌 ‘복수국회’ 혹은 ‘응징국회’, ‘방탄국회’로 시작할 것이 예견된다. 특검과 탄핵을 놓고 여야 간에 벌어지는 혈투로 인해 민생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도 지키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보다는 개인의 명예 회복과 복수가 최우선이고, 우리편 승리가 우선이며, 반대편 괴멸이 먼저다. 이런 과정에서 국론은 더 분열되고, 진영 간에 적개심이 더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더 퇴보되고,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22대 국회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국민의 잘못된 선택으로 국민이 치러내야 하는 대가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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