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를 쫓다가
생각을 바꾼다
여기도 족하다
ㅡ이은란 시인, ‘참살이’
포르투갈의 포르투 구도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많은 성당과 아파트들은 18세기에 지어졌으며, 지금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가 묵는 숙소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12세기에 건축한 포르투 대성당이 있다. 화강암으로 쌓아 올린 웅장한 성당 외벽은 역사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끼가 잔뜩 끼어있다. 내가 포르투에 온 지 딱 한 달이 되었는데, 겨울 우기에 이끼가 더 푸르러졌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궁색한 겉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화려함과 아름다움과 엄숙함에 압도되어 자연스레 경건해진다. 황동이나 금박을 입힌 성당 내부는 인간이 완성할 수 있는 최고 경지의 예술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었으며 특수한 사람들이었다. 당대의 왕이나 대주교 또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들, 그들은 죽어서도 챠펠(석관이 있는 예배소)에 놓여 보존된다. 그에 반하여 과다한 세금에 시달리고 성당 건축에 동원되었을 평민들에게도 저들과 같은 하나님의 축복이 있었을까,를 생각한다. 하나님은 ‘참살이’를 기대했을 것임은 당연한 일. 중세가 저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되리라.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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