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삼촌지설
[천왕봉]삼촌지설
  • 경남일보
  • 승인 2024.03.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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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삼촌지설(三寸之舌) 강어백만지사(彊於百萬之師). ‘세치 혀가 백만 명의 군대 보다 더 강하다’는 말이다. 전국시대 조나라가 진나라의 공격을 받자 초나라에 특사를 파견한다. 여기에 평원군의 식객 모수가 자천해서(毛遂自薦) 특사 행렬에 동참한다. 모수는 뛰어난 말솜씨로 초나라의 구원군 파견 약속을 받아낸 데서 유래한 말이다.

▶삼촌지설 망우검(三寸之舌 芒于劍)이라는 말도 있다. 말이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이다. 좋든 나쁘든 말은 일단 뱉으면 그만이다. 하도 빨리 퍼져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도 쫓아가기 어렵다’는 고사가 있을 정도다. 오늘날 말의 전파력은 빛의 속도와 맞먹는다. 동서고금 말은 숱한 설화를 낳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기도 했다.

▶고대 아테네 최고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세치 혀로 강대국 마케도니아와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켰지만, 원고 없이는 절대 연설을 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건 독재자라는 걸 자인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적 막말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과 비교된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막말 공방이 뜨겁다. 공천을 받고도 낙마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버티는 부류도 있다. 오래전에 한 말이 자신의 꿈을 접게 만드는 부메랑이 된다. 말 안하고 후회하는 게 한번이라면, 말하고 후회하는 건 천 번이라고 했다. 새겨 볼 말이다. 그럼에도, 불의에 침묵해선 안 될 일이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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