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온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3]
유럽에서 온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3]
  • 경남일보
  • 승인 2018.02.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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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전경.

 

예술과 함께하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암스테르담은 최적의 여행지다. 도시 한 가운데 중심을 잡고 있는 레이크스 뮤지엄. 그 맞은편에는 반 고흐 미술관과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이 자리해 뮤지엄 광장(museumplein)을 이룬다. 광장을 돌아다니며 이곳들만 둘러보아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느즈막한 저녁, 길 건너편에 있는 공연장 콘체르트헤바우(Concertgebouw)에서 음악회까지 관람 한다면 우리의 눈과 귀는 더없이 풍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예술가들 중에, 자신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몇 군데나 있을까? 반 고흐 미술관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 활동을 한눈에 들여 다 볼 수 있는 곳으로 2016년을 기준으로 방문객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어를 포함해 수 십개 국어로 된 관람지도가 제공되는 것만 봐도 반 고흐 미술관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회색 펠트 모자를 쓰고 있는 반 고흐의 자화상(Self-Portrait with Grey Felt Hat), 캔버스에 유채, 44×37.5cm, 1888.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를 프랑스 출신 화가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흐는 작품 활동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했고 파리(Paris)의 근교 도시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고흐는 벨기에와 접경지역인 네덜란드 남쪽의 작은 마을 준데르트(Zundert)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예술가들은 어릴적부터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고흐는 그러한 통념에 예외를 둔다. 그림공부를 일찍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화방, 서점 등에서 일을 하다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늦깎이 미술학도 였던 것이다. 고흐의 이러한 늦은 결심에도 그의 재능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친동생 테오(Theo)의 도움 때문이었다. 물심양면으로 고흐의 작품 활동 지원을 했던 테오는 고흐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형의 뒤를 따랐다. 이후 반 고흐 작품들의 소유권은 테오의 부인 요한나 에게 넘어갔고, 요한나는 고흐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전해진다. 테오와 요한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빈센트는 반 고흐와 이름이 같다. 테오의 형에 대한 사랑이 여기까지 묻어나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빈센트는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삼촌 반 고흐의 작품을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과 함께 합작하여 전시회를 여는 등, 지금의 반 고흐 미술관을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고흐 ‘아몬드 꽃’.


고흐는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고 테오의 지원 없이는 생계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궁핍한 삶을 살았다. 정신질병을 앓았던 빈센트는 시간이 갈수록 그 병이 악화되어 자신의 귀를 잘라 던지는 소동을 벌였고, 결국에는 자신의 가슴에 권총을 겨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매일 자연과 어우러져 그것을 화폭에 담아내어 ‘해바라기’ ‘아몬드 꽃’ 같은 명화를 남겼을 법해 보이지만, 고흐의 생을 들여다보고 작품을 감상하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와 스케치 일부. 1881년 9월 중순 네덜란드 에텐(Etten)에서.


비록 고흐는 미술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은 타고 나지 못했지만, 글쓰기 재능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사람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가 남긴 820개의 편지를 보고 짐작 할 수 있는데, 편지의 내용에는 그림에 대한 열망,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서서 그것들을 온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노력과 의지, 그 뿐만 아니라 그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고흐의 삶이 문장 속에 녹아내려져 있는 듯하다. 편지의 대부분은 동생 테오 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를 통해 테오와 생각을 나누었고, 그림에만 매여 있던 자신을 작품 밖에 세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했던 것 같다.

빈센트 반 고흐는 그 어떤 화가보다도 갖은 어려움을 견뎌내고, 내면에 감춰져 있던 천부적인 재능을 자신만의 고집과 신념으로 이끌어 낸 화가다. 살아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자신의 그림들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보길 원한다는 것을 반 고흐가 안다면 그는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반 고흐의 모습이 어렴풋이 상상된다.

주소: Museumplein 6, 1071 DJ Amsterdam, 네덜란드
운영시간: 월-일 9:00-17:00
홈페이지:http://www.vangoghmuseum.nl/
입장료: 성인 18유로, 18세 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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